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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항의 노래

어느 봄날 옛 고향마을

 

어느 봄날 솟산재 올라 두팔 노이 들고 가슴 가득 맑은 공기 마시며 눈벌들 바라보니 먼산에는 아지랑이 아롱거리고 눈을 돌려 마을을 보니 초가집 언덕 위에 피여난 살구꽃 너무도 아름다구노나. 이곳저곳 복숭아 나무도 나도질세라 꽃망울 터트려 아름다움 자랑하네. 총총이 네려오며 앞 뒤산 바라보니 모두가 진달래 꽃으로 덥혀있고 돈목골과 못양지 논에는 황새가 먹을 것 착기 바쁘구나. 논에는 개구리 울타리에는 참새들이 노래 부르고 뻐국새는 앞산에서 뒷산으로 뒷산에서 앞산으로 날으며 목소리 자랑하는구나. 동네에는 아기우는소리와 강아지 짓는 소리도 그칠 날이 없고 아저씨 아줌마들 들일가기 바쁘구나. 뒷동산에 이르니 소나무와 참나무 가지에는 지난해 단오 때 매였든 그네주링 일부 남어 봄바람에 흔들이네. 이곳 뒷동산은 산이라기 보다 놀이터요 여름 사랑방이다. 깊은 나무숲은 여름 한철 지나는 사람도 꼭 멈추고 땀을 식히는 곳, 단오 때는 그네가 두 세 개 매여지고 이웃 마을 젊은이들도 모여들어 즐기는 곳, 지금은 어찌하여 그 좋은 나무는 사라지고 없으니 모여들던 사람도 옛과는 다르리라. 생각할수록 아쉽고 서운한 마음 금할 수 없다. 30호 내외의 가난한 마을 북쪽부터 농고리 삼○골 다리목재 ○목골 못○지 돌은곳 웃골 감나무골 삼지박골 갈골 넉박골 진골 등 작은 골작으로 이루어진 자연부락, 골이 많으니 넓은 것 같으나 반경 1 km 내외이며 1,000평 내이의 농가도 적지 않으니 춘궁기와 보리고개의 굶주림 지금 어찌 말로 다하리요. 가뭄이 들면 우물물도 없어 아래 마을까지 물 길러 가여 했고 물지게 하나 업이 무거운 물동이로 엄마들의 고생 무어라 글로 쓰랴. 그러나 이곳이 고향이요 선령들의 영혼이 있고 묻히신 곳이기에 영원이 보존되고 발전하여야 하기에 잊을 수가 없다. 봄이면 어김없이 피여나던 초가집 언덕위의 살구꽃 한 그루 웅장하리 만큼 크고 아름다웠다. 온 마을을 화하게 비춰주었지 진골의 찔네꽃과 진골의 샘물도 여기서 빼놀 수 없는 추억 진골이다. 이가 시리도록 시원한 물은 여름 한철 더운 땀을 식혀주었지. 이 모두가 옛날 이야기이고 지금 찾을 길 없으니 그 옛 초가집 언덕에 피여난 살구꽃 내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다면 그려. 감상하고 아이들한테 고향을 자랑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 사진 한장 없으니 그 아름다운 살구꽃 오늘 밤에 꿈속에서나마 꼭 보고 감상하리라. 옛 것을 아끼고 보존하였으면 한다.

 

1987. 3. 10

고향이 생각나거든 살구 꽃을 보라.

옛 시인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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