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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

혁명에 대한 부정적 관점 - <닥터 지바고>에서

 

진보의 상징으로도 보여지고 다른 편에서는 안좋은 쪽으로도 쓰이는 바로 혁명(Revolution)이란 말. 부정적으로 보는데도 여러가지 관점이 있겠지만, 보다 깊이 있는 비판도 가능하겠지만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가 다소 소시민적인 심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으나 그것이 표방하는 이상(理想)의 순수성과 위대성에 대한 일방적인 예찬 뒤에 있는 너무나 실망적이며 일상적이기까지한 현실(現實)의 괴리일 것이다. 그 실망감 또한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각주:1] 베토벤 같은 혁명예찬가 조차도 실제로는 그것이 돈이 오가는 현실적인 문제로서 일어나고 그 핵심인물이나 그것이 뒷받침되는 동기 역시 그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그 배후에 너무나 지배적이라고 본 만큼 이상을 품은 만큼의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닥터 지바고> 같은 경우도 혁명을 다분히 그런 관점으로 그렸다. 한 혁명 참가자는 이런 독백을 한다.

 

나는 당(黨)으로 부터 모집을 지시받았다.

나는 페트로프(Petrov)란 이름을 받았다.

그들은 유럽 전부에 대해 승리를 외치고 있다.

똑같은 신에게 승리를 기도하면서...

내 임무 즉 당의 임무는 패배를 조직해내는 것이다.

패배에선 혁명이 뛰쳐나올 것이다.

그리고, 혁명은 우리를 위한 승리가 되리라.

당(黨)은 농민징집병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처음 좋은 부츠를 신는다.

부츠가 닳 때 그들은 기꺼이 듣게 된다.

그 때 되어 내가 지금껏 최대 성과의 날을 맞을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할 것이 전혀 아무것도 없었다.

나 같은 자원자들이 너무 많았다.

대부분 단순한 히스테리였다.

그러나 더 나은 동기를 가진 남자들이 있었다.

그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남자들.

그들은 남자 역을 원했다.

좋은 남자들은 버려졌다.

불행한 남자들도.

직업에서 불행한자들

아내들에게서 불행한자들

스스로를 의심하는 자들도.

행복한 남자들은 자원하지 않는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신께 감사하며

나이가 되거나 일할 때는 연기한다.

팔이나 눈, 다리를 댓가로 집에 온자들...

이들은 행복한 축이다.

 

 

<패배, 혁명의 시작 - 영화 닥터지바고의 한 장면>

 

일반적으로 모든 혁명을 나쁜 것으로 매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아마도 그 혁명이 추구하는 이상이 더욱더 빛을 잃은 시대에는 그에 관한 정렬이 식어버린 시대에는 아무래도 남아서 "투쟁"을 하는 누군가는 자신이 계속 싸우고 불화하는 이유과 집과 주변인들로 부터 버림받았기 때문이라고 느끼기가 쉬울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김구 선생과 같은 분은 생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식들 모두 훌륭하게 키워내신 것처럼 가정사가 그 다지 유별나게 다르거나 불행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1. 학생운동에 대한 회고소설로도 볼 수 있는 하루끼의 <상실의 시대>에서 한 여성은 이런 이유를 든다. "하지만 세상을 뒷받침하고 있는 게 서민이고, 착취당하고 있는 게 서민이잖아. 서민이 알지 못하는 말이나 휘둘런대면서 무슨 혁명을 하고, 무슨 놈의 사회 변혁을 하겠다는 거야" "이들은 모두 엉터리 같은 가짜들이라고 말이지. 적당히 그럴듯한 말을 지껄여대면서 우쭐해져 가지고, 새로 입학한 여학생을 감탄시키고는 스커트 속에 손을 집어넣는 일밖에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구, 그자들은. 그리고 4학년이 되면 머리를 짧게 깎고 미쓰비시 상사나 TBS, IBM, 후지 은행 같은 대기업에 재빨리 취직해서, 마르크스 따위는 읽어 본 적도 없는 귀여운 신부를 맞아들이고, 어린애를 낳으면 제법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주는 거지. 산학 협동체 분쇄는 무슨 놈의 산학 협동체 분쇄야. 너무 우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야. 다른 신입생들도 웃겨. 모두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알고 있는 체하며 우쭐거리는 거야." "어느 날 우리 모두 야간의 정치 집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여학생들은 모두 각기 밤참용 주먹밥을 스무 개씩 만들어 오라는 지시가 내려졌어. 웃기고 있어, 정말. 이건 완전한 성 차별이었어. 하지만 항상 소란만 피울 수도 없어서 나는 잠자코 주먹밥 스무 개를 만들어 갔거든. 매실 장아찌를 넣고 김으로 말아서. 그랬더니 나중에 뭐라고 말한 줄 아아? 미노리의 주먹밥은 속에 매실 장아찌박에 들어 있지 않고 반찬도 안 챙겨 왔다고 투정하는 거야. 다른 여학생의 주먹밥 속에는 연어나 명란젓이 들어 있고 달걀부침도 싸왔다면서.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라구. 혁명 운운하며 떠들고 있는 자들이 왜 겨우 밤참용 주먹밥 따위를 가지고 소란을 피우는 걸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