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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평

<몽테뉴 수상록> 중 "슬픔에 관하여"

 

Essais

 
CHAPITRE II.

 

de la tristesse.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

 

 

누구도 나보다 이 격정으로 부터 자유롭지 않다. 나는 이것을 사랑하지도 주의를 기울이지도 않는다. 비록 세상이 마치 값을 매기듯 독특한 호의로 이를 미화하였지만 말이다. 이에 현명(賢明), 덕(德), 양심(良心)이라는 치장을 시킨다. 얼마나 바보같고 헛된 장식인가! 이태리인은 더 적절히 그에 유해(有害)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왜냐면, 이는 언제나 겁많고 저열하여, 스토아 학파(Stoics)가 그 현자(賢者)들에게 금해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꽁트(conte)가 전하기로는 이집트 왕 프삼메니투스(Psammenitus)가 페르시아 왕 캄비세스(Cambyses)에게 격파되어 붙잡힌 채 그 자신의 딸이 비참한 꼴로 그 앞을 지나 우물에 물을 긷도록 보내지는 것을 보고 그의 친구가 울며 그에게 통곡할 때 그는 눈을 땅에 고정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있었고 곧이어 그의 아들이 형장으로 끌려감을 보고도 여전히 동일한  끄떡없는 안색을 지켰다. 그렇지만, 그의 친한 친구가 포로들중에 끌려갈 때그는 머리를 두들기며 극도의 슬픔에 빠져들었다.

이는 마치 우리의 군주(君主)들중 하나가  최근 보여주었던 사례에 비할 수 있다. 그는 트렌트(Trento)에 계시며 그의 형-그는 그의 집안의 부양과 영예를 지고 있었다-의 사망 소식을 듣고서 곧바로 그의 동생-그가 그의 두번째 희망이다-의 죽음의 기별을 듣고 똑같은 안색을 가지고 이 두가지의 짐들에 버텼지만, 그 행운은 오래지 않아 끝났는데 그의 하인 중의 하나가 죽자 이 나중의 사고로 말미암아 전전긍긍하여 그의 전의 결심을 잊고 끝내게 되어 슬픔과 비탄에 흠뻑 젖게 되었으며 누군가 말하기를 오직 이 최후의 불운만이 그를 급히 변하게했다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 이유는 슬픔이 충만하여 그에 잠겼을 때 가장 적은 추가분으로 인내의 경계와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내 말에 그 빛은 우리의 역사(歷史)에서 적절하게 판단될 수 있을 것 같다. 캄비세스(Cambyses)가 아들·딸의 불행에 아무 동요없던 그가 친구의 재난을 견디기 어려워했는지의 이유를 조사받자 이렇게 답했다 '이 마지막 불쾌는 우는 것으로 표할 수 있으나 전의 두가지는 눈물로 표할 모든 수단과 한계를 너무나 많이 초과한 것입니다.'

 

 

<이집트 왕 프삼메니쿠스와 그 신하들을 끌고가는 캄비세스>

 


이 경우에 대해 고대 화가의 작품이 부합할 것 같다. 그는 이피게니아(Iphigenia)의 희생(犧牲) 중에 그리도 아름답고 젊고 순결한 여인의 죽음에 대해 각자가 품은 관심의 정도에 따라 곁에 있는 자들의 슬픔을 표시하여야 했는데, 그 처녀의 아버지에게 이르러서 마치 어떤 능력으로도 그 슬픔의 정도를 표할수 없는 듯하게 그의 얼굴을 덮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인들이 비참한 니오베(Niobe)의 심정을 꾸미게 된 이유이다. 그녀는 처음으로 일곱 아들을 곧 같은 수의 딸을 잃고 그 상실에 과도히 짓눌리어 돌로 변해버리었다.  

 

 Diriguisse malis(슬픔이 石化)[각주:1],

 

했다고 통곡스런 이 슬프고 넋나간 상태를 표하려했다. 우리의 인내를 초월하는 사태가 우리를 덥칠 때 우리를 이처럼 아프게 한다. 참으로 슬픔의 폭력은 극도에서는 마음을 휘젓고 일상 행동에서 벗어나게 함이 틀림없다. 좀 나쁜 소식의 급작스런 경보로 우리가 놀람을 느끼고 마비될 때 마치 모든 움직임을 멎는 것처럼, 그래서 눈물과 비탄하기 시작한 영혼은 갑작스런 압박에서 벗어나 더 큰 자유와 여유를 갖게 된다.

 

Et via vix tandem voci laxata dolore est(이 목소리는 고통을 겨우 풀어준다)[각주:2]

 

페르디난트(Ferdinand) 왕(王)이 헝거리(Hungary) 왕(王) 존(John)의 미망인에 대해서 부다(Buda) 근처에 벌였던 전쟁에서 무장한 한 기사가 특별히 모든 이 중에 주목받았는데 그만큼 그는 이  교전에서 고유한 용맹을 보였다. 비록 누구인지 알지 못했으나 살해되자 모두에게 대단한 칭송과 비탄을 받게되었다. 그러나 그 중에도 너무도 드문 용기에 놀라기가 누구도 라이샤크(Raisciac)라고 하는 독일 귀족만큼  아니었으리라. 그 몸이 수습되어 공통된 호기심에 이끌린 이 귀족은 누구일지 알기위해 가까이 데려와 갑옷을 해체하도록 하게 한 후,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되었다. 이는 전 병영의 동정심을 크게 고무하였다. 그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또  통탄스러운 데에서 눈을 돌리지 아들의 주검을 생각하다가 서있어 마침내 그의 슬픈 서러움이 생명의 영혼을 이겨 그를 땅에 쓰러뜨려 죽게 했다.


 

Chi puo dir com' egli arde, e in picciol fuoco, (얼마나 불타는 줄 얘기할 수 있는자  대단치 않은불꽃속에 있네) [각주:3]

 

 

는 말은 참을 수 없는 격정을 생생히 표하는 저 연인들을 지칭한다.


misero quod omnes
Eripit sensus mihi. Nam simul te,
Lesbia, aspexi, nihil est super mi
Quod loquar amens.
Lingua sed torpet, tenuis sub artus
Flamma dimanat, sonitu suopte
Tinniunt aures, gemina teguntur
Lumina nocte.

(가엾도다. 사랑이 나에게서 내 모든 감각을 앗아가네. 레스비아, 그대를 보면 아무것도 내겐 충분치 않네. 내 입은 두터워지고, 내 혈관으로 엷은 불길이 퍼지고, 그 소리에 귀가 울리며, 우리의 빛은 밤에 덮였네.) [각주:4]



이렇게 최극도로 화난 상태에 죽영혼은 그 때 과부하되어 심오한 사상과 씨름하며 몸은 사랑의 열병으로 쇠약해진 데에는, 불평을 하거나 사랑스런 설득을 쏟아내기 적합하지 않다. 때로 정렬적 연인을 때맞지 않게 너무나 놀라게 하는 그런 우연한 무기력이 이는 것이 그 때며, 과도한 열정의 힘으로 결실의 순간에 조차 그를 사로잡는 것이 그 불감증이다. 맛보고 소화될 수 있는 열정들은 단지 보통 정도의 것이다. 

 

Curae leves loquuntur, ingentes stapent.
가벼운 근심은 자유롭게 말하고, 큰 근심엔 벙어리가 된다.[각주:5]

 

예기치못한 기쁨의 출현역시 비슷하게 우리를 놀라게 한다.


"Ut me conspexit venientem, et Troja circum

Arma amens vidit, magnis exterrita monstris,

Diriguit visu in medio, calor ossa reliquit,

Labitur, et longo vix tandem tempore fatur."

"그녀가 내가오는 것을 주시할 때 놀랍게도 곁의  
트로이 군대에 너무나 떨고,
눈은 돌처럼 굳고 온기가 몸에서 떠났다.
한참 후에야 겨우 말을 이었다."[각주:6]

 

저 칸나에(Cannæ) 전투로 부터 살아 귀환한 아들을 본 기쁨에 겨워 죽었다는 로마 여인들, 과도한 즐거움으로 사망한 소포클레스(Sophocles)와 폭군 디오니시우스(Dionysius), 원로원에서 그에게 영예를 수여한 소식을 듣고 코르시카(Corsica)에서 죽은 탈바(Talva) 외에도, 우리 시대에는 교황 레오 10세(Leo X)가 그리도 과도히 열망하던 밀라노(Millano) 함락의 광고를 듣고 극렬한 기쁨에 오한으로 스러져 그로 인해 곧 죽었다고 보고되었다.  그리고 더 근거있는 인간 우둔한 심리에 우리의 고대인에 의해 논리학자 디오도루스(Diodorus)는 극도의 열정에 놀라고 부끄러움에 사로잡혀 꼼짝없이죽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의 학교나 공개장소에서나 그는 그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이 폭력적인 격정에 거의 따르지 않는다. 나는 자연히 튼튼한 이해로 훈련을 통해 나날히 단련하고 있다.

 

 

 

  

 

 

 

  1. Ovid. Metam. 1. vi. 303. [본문으로]
  2. VIRG. Aen. 1. xi. 151. [본문으로]
  3. PET. p. 1. Son. 140. [본문으로]
  4. CATUL. Epig. xlviii. 5. [본문으로]
  5. SEN. Hip. Act. ii. Scena [본문으로]
  6. VIRG. Aenead. 1. iii. 30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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