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BS가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위대한 바빌론>이란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수메르를 계승해 그 후 메소포타미아 역사의 주역 중의 하나로 유구하고 찬란한 역사를 남긴 바빌론의 유산 중 크게는 공중정원과 그 유명한 지구라트에 대한 고증과 그래픽 복원이야 말로 그 주제였으며, 겸해 또한 특히 그 웅장한 건물을 지은 네부카드네자르 2세라는 인물이 주요 관심사였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좋은 프로그램이란 생각으로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본 후, 나는 마침내 이에 관한 두 개의 주제 공중정원과 그 바빌론의 지구라트 즉 바벨탑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나름 그 보충이 될 만한 포스팅을 해 보려한다. 첫번째 포스팅에서는, 프로그램에서는 나중에 다룬 공중정원을 먼저 다루고자 한다.

 

공중정원은 신바빌로니아(Neo-Babylonia)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Nebuchadnezzar II: 재위 605~562 BC)가 그의 메디아(Media) 출신의 왕비 아미티스(Amytis)를 위해 지었다고 흔히 말해진다. 하지만, 비교적 흔한 설형무자점토판에서조차 아직 그에 대해 언급된 바가 없고 아직 그 위치도 문제적으로 남았다고 한다. 요세푸스(Josephus)가 베로소스(Berossus: ca. 280 BC저술)에게서 인용해 이 곳을 κρεμαστὸν παράδεισον라 했으며, 시칠리아의 디오도로스(Diodorus Siculus)는 기원전 4세기 초의 크니도스의 크세시아스(Ctesias of Cnidus)의 문헌을 이용하여 그 정원이 시리아 왕이 그의 후궁을 위해 지었다면서 정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고, 로마사가 퀸투스 쿠르티우스 루푸스(Quintus Curtius Rufus)도 알렉산더 대왕시대의 역사가 클레이타르코스(Cleitarchus)를 인용하여 요새식 건물 정상에 공중정원(pensiles horti)이 있다고 하고, 제정초 로마지리학자 스트라보(Strabo) 역시 기원전 4세기의 오네시크리토스(Onesicritus)의 일문을 통해 이 공중정원(κρεμαστὸς κῆπος)이 계단옆으로 난 스크루를 이용한 수차로 공중정원에 물을 끌어올렸다고 전하며, 비잔티움의 필론(Philo of Byzantium)이 이를 고대세계의 7가지 불가사의를 정리할 때 포함시켰다.

 

어쨌든 이러한 묘사들을 꽤 자세히 남아있고 그것들을 종합하면 복원은 가능하다고 하여서 EBS제작팀에서는 이렇게 복원하였다고 한다.

 

EBS가 복원한 공중정원

 

 

그러나 문제는 역시 이 공중정원의 위치에 관해서이다. EBS제작팀은 아래 그림과 같이 바빌론 고대도시 내에서의 위의 바벨탑에 대해서 아래에 표시된 공중정원의 위치를 확정지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생각했는지 시청한지가 오래되어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다만 그러한 판단이 학문적으로 완전히 옳다고 판명된 것이 아닌 듯 싶다. 이에 관한 가장 최근 학설로 알려진 것이 Stephanie Dalley의 설로 고대사가들이 혼동으로 앗시리아의 공중정원을 바빌론으로 잘못 기록했다는 것이다. 물론 EBS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방송에 내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래와 같이 니네베에서 발굴된 공중정원으로 보이는 한 부조가 그 근거가 된다.

 

 

문제는 이 학자가 최근 자신의 주장을 고수하는 내용을 담은 "The Mystery of the Hanging Garden of BabylonRead more"란 책을 출판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Academic unearths new lead to fabled Babylon gardens  

 

이 학자는 대표적으로 스크루 이용 방식이 아케메네스 페르시아 제국 때로 바빌론시대라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하고 여러가지 고대사가들의 묘사들이 니네베가 바빌론 보다 합리적이라는 등 여러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녀의 말이 맞다면 다소 이 제작진이 성급하게 위치를 결정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무튼 이는 좀더 두고 볼 문제인 것 같다.

 

또 한가지 내가 이 프로에서 관심을 더 갖는 것은 공중정원이라는 말에서 정원이라는 말이 오늘날 낙원(樂園)이라는 말로 쓰이는 파라다이스(Paradise)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스어로 파라데이소스(parádeisos, παράδεισος)는 궁극적으로 이란어 즉 페르시아계통의 언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성벽"을 의미하는 말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크세노폰의 "Oeconomicus"는 페르시아 왕이 제국 방방곡곡에 파라다이스를 세워 방문하곤 했었다고 말한다. 아람어로 파라다이스는 "왕립 공원"이라는 뜻이며 실제로 페르시아제국의 초기 수도였던 파사르가데(Pasargadae)에서도 수로를 이용한 정원의 유지가 발굴되었다고 할 만큼 고대 이 지역의 수도 즉 왕의 거주지와 "정원"은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고 보여진다. 셉투아긴다(그리스역 구약)가 파라다이스롤 역한 말이 히브리어의 gan 이나 pardes 인데 그런 의미에서 유명한 에덴 동산은 에덴의 gan으로서 그 역시 파라다이스인 셈이다. 결국 공중정원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산악지방의 메디아인 왕비가 아닌 에덴의 동산까지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 정원이 왕실을 상징하는 궁정으로 끌어안아 졌다는 것은 역시 고대왕권과 제사장과의 긴밀한 관계를 생각하면 그 정원 역시 하나의 성소였음을 생각할 수 있다. 에덴동산 같은 유서 깊은 신화가 어떤 종교의식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에덴동산에 대해 구약에서 무엇이라 묘사했는가 를 보면 네 강이 갈라지는 중심에 위치한 에덴에는 선악과를 비롯해 각종 나무가 있으며 하나님이 흑으로 지은 들짐승과 날짐승들이 있었다 하였는데 고대사가들의 각종 "파라다이스" 즉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정원에 대한 묘사도 항상 수목원과 동물원을 겸한 그 무엇이었던 것이다. 사실 따지고 들면 동양에도 이와 비슷한 것이 있어서 문왕지유(文王之囿) 같은 것도 공중정원과 다를 것이 없을 것 같다.

 

나는 성서가 옳다는 뜻에서 에덴동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고고발굴이 계속되는 결과 성서가 하늘에서 떨어지기 보다는 다수 메소포타미아의 전설과 신화를 수용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속속 알려지고 있으므로, 내게는 성서 역시 메소포타미아 전통의 한 가지로 보인다. 그리하여 하나는 에덴동산이란 형태로 유대인들의 전통에 다른 하나는 공중정원이나 메소포타미아의 궁정이라는 메소포타미아인들의 전통에 각기 그 자취를 남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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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chopenhau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