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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

아랍의 관직명: 비져와 에미르

 

아랍 역사에 대해 읽다 보면, 비져(vizzir)라는 고위 관직 이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우리 동양 정서에서 재상(宰相) 쯤 되는 이 단어가 그런 의미로 쓰인 것은 마호멧의 이슬람 정복이 끝난 후 한참 후인 아바스조 칼리프국(Abbasid Caliphate) 때 부터였다고 한다. 같은 메카의 쿠라이시족이지만 다른 씨족인 우마이야 왕조에 대해 예언자의 가문인 하쉠씨족(Hashemite)으로 예언자의 삼촌 아바스 이븐 아브드 알무타립(‘Abbas ibn ‘Abd al-Muttalib)을 시조로 하는 아바스 가문이 우마이야 왕조를 축출하고 한 일이 이슬람세계의 수도를 다마스쿠스에서 바그다드로 옮긴 것과 이 비져직을 신설했던 것이다.

 

 

<하쉠가의 문장>

 

이로써 종전 칼리프의 권위는 종교적인데로 기울어지고 이슬람국가의 중앙권위와 관료제가 비져에 의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 씨족부족사회에서 비롯된 아랍의 귀족정치가 페르시아의 관료정치로 대신되는 순간이다.

 

비져는 아랍어 "와지르(Wazir)"가 투르크를 통해 영어에 수입되면서 비져가 된 것으로, 그 자체의 어원을 보면 "도움이(helper)"란 뜻의 셈어(Semitic)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한편, 인구어(Indo-European)의 vicir 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사산왕조 페르시아(224–651년) 때의 왕들의 필경사이자 비서인  Dapir 를 계승해 그 권한이 확대된 것이다. 결국 이렇게 강력한 권력을 획득한 비져는 그후 명멸해간 수많은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 막강한 실권을 가진 2인자 혹은 총리(오스만제국의 大비져가 이 의미) 혹은 각료의 의미를 보유하며 오늘날 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또한 역시 오늘날까지 그 생명력을 완전히 잃지 않은 또 하나의 이름이 때로 이슬람국가의 군주의 호칭이며 아직까지 자주 보이는 에미르(emir)이다. 오늘날 카타르와 쿠웨이트의 군주의 호칭이며 UAE는 Abu Dhabi,  Ajman,  Dubai,  Fujairah,  Ras al-Khaimah, Sharjah,  Umm al-Quwain 의 7개 에미르 국가들의 연합왕국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시아파가 정통으로 생각하는 칼리프 알리 역시 아미르 알 무미닌으로도 정신적 지도자인 이맘으로도 부려왔다. 원래 이 말은 야만상태에 있던 아라비아 부족들 사이의 부족장급의 사령관에서 비롯되었으나 아미르 알 무미닌(Amir al-Mu'minin) 즉 "신자들의 사령관"이란 뜻이 칼리프에 의해 처음 사용되면서 다투어 이슬람 군주들에게 사용되었다. 단, 역시 아바스 제국이 이슬람 세계를 제패하여 비져에 중앙권위를 집중할 때는 지방에 대해 임명했던 것이 에미르였다. 아미르 알 무미닌이 주로 성전 지하드와 관련된 것에서 보듯 군사적 의미가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서양의 제독(admiral)도 이 말에서 유래되었다. 예를 들면, Amir Panj, 는 5,000병력의 사령관, Amir-i-Tuman는 10,000병력의 사령관, Amir ul-Umara는 "아미르들의 아미르(Amir of Amirs)"란 뜻이다.  아바스조 칼리프의 박해를 받은 우마이아 왕조가 후기 왕조를 출범시키기전에 칼리프 칭호를 쓰기 전에 사용했던 말이기도 하다.

 

 

<세계적 도시 두바이 역시 에미르국의 하나다>

 

이런 칭호들은 꼭 군주나 정치권력 혹은 군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종교 예술 등 지도급 인사들에게도 종종 붙여지기도 한다.

 

내친 김에 또 다른 관련 칭호인 칼리프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것은 예언자 마호멧의 후계자란 뜻으로 전후 우마이야 왕조와 대립하던 아바스조 이외에 예언자의 딸에서 유래한 이집트의 파티마조(Fatimid Caliphate)에 의해서도 칭해졌다. 파티마조는 시아파의 이스마일 분파였으며 유명한 누레딘과 살라딘 때에 명목상의 통치자인 바그다드 칼리프에게 멸망했으며 바그다드 칼리프 역시 얼마지나지 않아 몽골에게 망했지만 남은 아바스가 일원이 도망가 이집트의 마물루크 술탄들에 의해 보호를 받으며 명맥을 유지했다. 술탄 역시 아랍어의 유래지만 주로 투르크인들의 침입과 더불어 군주 칭호화되었다. 가즈니조가 그 처음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 칼리프에게 인정받던 술탄 중 오스만 제국의 술탄들이 이집트의 명목상 칼리프 마져 멸망시킨 후에는 칼리프 칭호마져 가져가게 되었다. 어쨌든 초생달 깃발을 쓰는 이 투르크족 칼리프 이외에는 역사상 크게 세 개의 칼리프조가 있는 셈인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역사상 그들의 "색깔"로 더 유명하다. 중국사료에서 소위 보이는 흑의대식(黑衣大食)이니 백의대식(白衣大食)이니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각기 아바스조와 우마이아조를 이야기 한다면 파티마조의 경우는 생소하지만 녹색을 자기 색깔로 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 왕조는 제각기 아래와 같이 나타나게 된다.

 

 

 

<각 칼리프 국가들의 깃발과 최대영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