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갑에 쓰여진 갑골문. 동양고대사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는 어떤 면에서 한국 국수주의의 트레이드마크 처럼 되기도 해버린 "세발 달린 까마귀" 삼족오(三足烏). 까마귀 숭배에 관한 전설은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동아시아 세나라 모두와 인연을 맺아왔다. 그에 반해, 요즘 한국에서는 그저 까마귀는 우리나라 것인데 다른 나라에서 빼앗으려 하므로 열열히 지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압도적인 것 같다.[각주:1] 이 삼족오에 관련해서는 몇가지 중국고대사에 대한 정형화된 전승 체계를 다소 나마 뒤엎을 수 있는 감춰진 진실하나가 숨어 있다. 우선, "삼족오"에 대한 고대 문헌의 기록부터 살펴보자.

 

우선 후한(後漢)의 왕충(王充)은 “해 속에 삼족오가 있다"고 했으며, [각주:2] <회남자(准南子)‧정신훈(精神訓)>상의 "태양 안에 있는 준오(踆烏)"는 고유(高誘)의 주석에 의하면 준오(蹲烏)이자 삼족오(三足烏)라는 것이다. 이 태양 안에 있는 까마귀에 대해서 의미있는 기록을 남기고 있는 고대 문헌이 또한 고대 전설 모음집인 <산해경(山海經)>이다.

 

대황(大荒) 속에 산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얼요군저(孽揺頵羝)이다. 산 위에는 부목(扶木)이 있어 삼백리나 되는 기둥처럼 섰는데 그 잎은 겨자풀과 같으며, 골짜기가 있는데 온원곡(温源谷)이라 하며 이 탕곡(湯谷) 위에 부목(扶木)이 있는 것이다. 해 하나가 이르며 다른 해 하나는 일출을 하는데 모두 까마귀에 실려간다. 신인(神人)의 낯을 하고 개의 귀를 가지며 짐승의 몸에 청사(青蛇)를 귀에 걸며 이름은 사비시(奢比尸)라고 부른다. 오채(五采) 빛깔의 새다. 마을을 바라보면서 모래를 떨어뜨리는데 제준(帝俊)의 하계(下界)의 친구다. 하계의 두 제단을 이 오채의 새가 주관한다.[각주:3]

 

여기서 부목이 바로 잘 알려진 태양이 뜨는 나무라는 부상(扶桑)이며 세발 까마귀는 이 부상신화와 제준(帝俊)이라는 인물과 연결된다. 일견 흔히 말하는 오제(五帝)에 들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 사람[각주:4]은 <산해경>에서는 여러 번 언급이 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의 아내인 희화(羲和)는 동남해(東南海)의 밖 10개의 해를 낳고 감연(甘淵)이란 곳에 이를 목욕시킨다 하며[각주:5], 또 다른 처 상희(常羲)는 12개의 달을 낳고 역시 목욕시킨다고 한다[각주:6]또 10개의 태양 중 9개를 떨어뜨려 세상을 구했다는 예(羿)에게 단궁(彤弓)을 준 일도 언급하고 있다. 까마귀는 10개의 태양을 운반하는 존재이거나 태양 그 자체이며 그 열 개의 태양 중 아홉개를 예라는 궁사(弓士)가 떨어뜨린 것이다.  

 

순(舜)임금과 제곡(帝嚳)은 동일인이다 

 

곽박(郭璞)은 <산해경>을 주석하면서 이 제준(帝俊)이야 말로 오제(五帝) 중의 곡(嚳)과 순(舜)의 동일인이라고 밝히고 있다.[각주:7] 즉 전설의 중국의 다섯 군주 중에 두 명은 동일인을 여럿으로 늘려 쓴 것인 셈이다. 또 이 전설의 군왕들은 이런 부상신화와 같은 태양신화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런 점들은 단순히 문헌만이 아니라 이와 같은 정황들이 고고학의 미술이나 갑골문을 통해서도 거듭 확인이 되고 있다. 한가지 더 첨언 하자면 준(俊)이란 글자는 갑골문에서도 역시 전설적인 군왕의 이름으로 나타나는 유서깊은 기원을 가졌고 할 수 있다. 이는 곡이나 순이란 인물 역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도대체 10개 중에 떨어져 버린 9개는 어떻게 된 것일까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 흔적은 아마 열개의 태양 열두개의 달은 중국의 날짜를 계산하고 달 수를 세는 역법과 고래의 우주관에 남은 것 같다. 간지라는 것이 10간과 12지로 되어 년월일을 매기는데 쓰여왔다. 한편, 상족이 기원한 현조(玄鳥) 즉 검은 새 역시 까마귀와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다. 이렇게 이 태양신화는 그 것에 얽힌 고대의 왕가의 계보의 역사적 실재성과도 연결이 되는 것이다. 다만 유감스러운 것은 거슬러 오를 수 있는 역사성은 거기까지만큼 만이라는 점이다.

 

 

 

삼족오는 전설의 성군 순임금과 관련이 있다

 

하왕조는 실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나 하나 옛 전설들이 역사적으로 확인이 된다고 해서 하왕조(夏王朝)에 관한 전설도 그 당시로 부터 전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즉 은상(殷商)에 대해서는 은허 같은 유지 발굴과 문자 기록인 갑골문 발견이 다수 이루어져서 그 실체가 어느 정도 규명되었지만 그 이전에 있었다는 하왕조에 대해서는 막연히 이리두(二里頭) 문화층에서 3기와 4기의 상문화층에서 1기와 2기를 떼네어 추측하고 하문하로 생각할 뿐 다른 근거는 없는 것 같다(하문화의 실재를 옹호하는 주로 중국측 학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하왕조 말세의 역사로 전해지는 말희(末姬) 같은 것은 상왕조의 달기(妲己)를 차용한 것일 뿐이다. 어떤 서양학자의 언급에 따르면 하왕조의 실체란 이런 것이다.

 

황제(黃帝)로부터 하 왕조의 건설까지 상대 이전의 역사는 모두 상대의 신화가 후대에 변형되고 체계화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상서』「요전」에 처음 나오는 요순 선양의 이야기는 원래 상제(上帝)가 상(商)의 선조를 지명한 이야기가 변형된 것이다. 따라서 주대(周代)의 문헌에 나오는 우주 발생론적 사건, 예컨대 대홍수나 천지를 남동쪽으로 기울게 한 부주산의 붕괴 등은 요(堯) 시대에 발생한 것으로 기록된다. 이 시기는 신화에서 고조들의 '먼 옛날'(昔)이라고 표현되는 역사적 시기이다. 하 왕조는 또한 죽음 및 지하 세계와 연관된 '물의 민족'으로서 상 왕조와 신화적으로 대응 관계에 있는데, 주대에 이르러 정치적 왕조로 변형되었다. 그리고 한대(漢代)에는 원래 신화에서 지하 세계의 신이었던 하 민족의 시조 황제(黃帝)가 그 아들 전욱(顓頊)과 함께 요(堯) 이전에 중국을 다스린 역사적 인물로 변모되었다.

 

결국 은상이전의 역사는 상왕조의 여러 신화가 후대에 더욱 가공되어 역사화된 것이며 하왕조란 상왕조의 조상신과 대응되는 전설상의 가상 종족아라는 것이다. 

 

 

 

 

 고구려 벽화(위)와 한나라 벽롸(아래)의 태양 속 까마귀  

 

 

현재 일본출구협회의 상징이 된 삼족오

 

 

 

  1. 고구려 대표상징물 삼족오 일본축구협회 엠블럼 둔갑, 동아일보 2001-02-19 18:45 입력기사 [본문으로]
  2. <論衡‧說日>, “日中有三足烏" [본문으로]
  3. 산해경(山海經): 대황동경(大荒東經) [본문으로]
  4. 예를 들어 사마천이 든 오제는 황제(黃帝), 전욱(顓頊), 곡(嚳), 요(堯), 순(舜)이다. [본문으로]
  5. <산해경(山海經): 대황남경(大荒南經)>東南海之外,甘水之間,有羲和之國。有女子名曰羲和,方浴日於甘淵。羲和者,帝俊之妻,生十日。 [본문으로]
  6. <산해경(山海經), 대황서경(大荒西經)>, 有女子方浴月。帝俊妻常羲,生月十二,此始浴之。 [본문으로]
  7. 산해경 주석가 곽박은 준이 순이란 발음을 가차해서 표한 것이라 하고(俊亦舜字假借音也) 또 준 이란 곡이며 곡의 두번째 비가 후직을 낳았다(俊宜為嚳嚳第二妃生后稷也)로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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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chopenhau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