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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

수메르 역사의 년대는 어떻게 계산되는가

 

19세기 이래로 본격적으로 발달한 고고학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그리스인들이 책을 써서 문학과 예술 심지어 역사를 논하기 이전 시대의 문헌들을 비문과 특히 점토판이라는 형태로 실제로 접하게 되었다. 이제 각종 고대사서들을 들여다 보면 수메르인과 이집트인들이 그런 식의 문헌을 남기던 때까지는 역사시대로 편입시킬 수 있게 됨을 본다. 이는 무려 기원전 3000년 까지 거슬러 오른다. 

 

역사상 수메르(Sumer) 국가 혹은 민족은 사상 최고의 문명국가라 말해지며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유일한 문명민족으로 BC 2300년경에 셈계 민족인 아카드에게 패권을 잃은 후에도 다시 회복하여 그 밀레니엄까지는 그럭저럭 자랑스런 자신들의 민족사를 이어간 세계사상 "최고"와 "최초"라는 영예로운 수식어를 간직한 민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수메르의 영향은 오늘날 서양문화와도 어느 정도는 관련이 되어 있어, 서양문명에게는 굳이 비슷한 시대의 이집트와 비교해서도 더 직접적인 기원으로 이 수메르가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든 이렇게, 서기 전 제3밀레니엄까지는 존속했던 그들의 역사를 사료상으로 더듬어 볼 수 있다.

 

흔히 그 나라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는데 년표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년표가 작성되려면 그 "년대기"라는 역사 자료가 먼저 완성되는 것이 보통 선행된다. 서력 기원 같은 편리하고 일관된 기년이 문헌자료에 일관되게 쓰였다면 혼란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고대의 빈약한 자료와 수십의 도시국가들이 패권을 다투며 명멸한 이 지역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여기저기 흩어진 개별적 왕에 대한 상대기년에서 그러한 기년을 통합해내기란 용이치 않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많은 당시의 문헌 자료들이 "○○왕의 제□□년"-사실 년호를 사용한 동양인이 오랫동안 선호한 방식과 비슷하다-이란 식으로 년대를 표기해서 최소한 그 왕들 내에서는 "상대적인 연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주고 더불어 수메르 국가에 대해서는 그 "왕명표"가 수메르족이 멸망한 이후의 바빌로니아 지역에서도 보존 복사되었고 오랫동안 망각되었다가 그것이 다시 고고학적으로 재발굴 해석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물론 이 왕명표란 우리나라의 단군이나 기씨족보(아마 환단고기의 엉터리 년표도 여기서 근거를 가져온 것일 것이다)의 기자조선의 40여 왕의 명단과도 같은 면도 포함되어 그대로 믿을 것이 못되는 요소도 초기 왕들에게는 있어, 삼만년을 살았던 왕조차 존재할 정도이다.

 

 

수메르 국가의 왕 구데아의 상 "단군아! 저리가라. 우리 시조 알룰림(Alulim)은 무려 28,800년을 사셨다"

 

따라서 이런 왕들 중에 다른 실제 문헌에서 증명된 왕들만 추려서 역사성을 검증해 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허탄한 것이 많지만 "왕명표"와 여타 고고학적 발굴결과에서 얻어진 상대 혹은 절대년대와 다른 문헌자료(비문, 점토판)를 통해 계산과 대조해 보면 그런대로 수메르 역사에 대해서도 년표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삼국유사 등의 연표가 초기에는 황당한 면이 많아도 나중으로 갈 수록 확고한 사실을 담고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자료를 통해서 대략의 년표는 작성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상대적인 면과 불확실한 면이 공존해서 대략적인 왕의 순서와 그 왕들 재위시의 사건들의 순서는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다만, 여전히 그것이 정확히 오늘날 역법으로 기원전 몇 년에 있었던 일인지 밝히려는데는 다른 힌트가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천문학적인 이벤트 외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 같다. 수메르 보다는 훨씬 후대의 이 지역의 비문에 앗시리아왕 아슈르 단 일(Ashur-Dan Ill)의 재위 제10년에는 일식이 있었다는 말이 있었고 여러 가지 다른 천문학적 이벤트들과 대조해 본 결과 이 날이  763 BCE의 6월 15일이라는 소중한 결과를 확정지을 수 있어 이 미지의 상대년대가 "비로소 우리시대의 달력에 편입"되게 된 것이다.

 

 

<바빌로니아 도서관에서 발견된 암미사두콰 왕의 금성 점토판>

 

그러면 수메르 시대는 어떻게 될까? 물론 저와 같은 천문 현상의 기록은 없지 않지만 그에 일관성을 부여할 만한 근거들이 충분치 않은 듯 싶다. 결론적으로 수메르 시대의 년대도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논쟁중에 있다는 것이다. 수메르가 망한 후 바빌론의 암미사두콰(Ammi-Saduqa) 왕의 재위시에 작성된  21년간의 금성에 대한 천문 기록한 서류-물론 사본으로 가장 이른 것도 서기전 7~8세기에 작성되었다고 함-가 있어 학자들의 분석에 따라 함무라비(Hammurabi) 대왕의 원년(元年)을 서기전 1848년, 1792년,1736년으로 압축시킬수 있다는 것이다. 암미사두콰(Ammi-Saduqa) 왕의은 함무라비를 이은 그 왕조의 4번째 왕이다. 그래서 그에 각각 긴연대기(High Chronology), 중간연대기(Middle chronology), 짧은연대기(Short chronology)란 이름이 붙는다. 보통은 중간연대기가 많이 쓰였지만 요즘은 그에 대한 문제로 짧은연대기가 선호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다. 그로 인해 한세기의 역사적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 표는 아래와 같은데 좀더 세분된 다른 연대기도 존재하는 듯 싶다. 이에 의하면 수메르족의 우르 제3왕조는 중간년대로는 2112 BCE요 짧은년대로는 2018 BCE인 것이다.  

 

Historical event Ultra-long/Ultra-high chronology Long.High chronology Middle chronology Short/Low chronology Ultra-short/Ultra-low chronology
아카드 제국 ? ? 2334-2154 BCE ? 2200-2018 BCE
우르(Ur) 제3왕조 ? 2161-2054 BCE 2112-2004 BCE 2048-1940 BCE 2018-1911 BCE
이신(Isin) 왕조 ? 2017-1793 BCE ? 1922-1698 BCE
바빌론 제1왕조 ? 1950-1651 BCE 1894-1595 BCE 1830-1531 BCE 1798-1499 BCE
함무라비 대왕 재위기간 1933 - 1890 BCE 1848-1806 BCE 1792-1750 BCE 1728-1686 BCE 1696-1654 BCE
암미사두콰 재위기간 ? 1702-1682 BCE 1646-1626 BCE 1582-1562 BCE 1550-1530 BCE
바빌론 함락 1736 BCE 1651 BCE 1595 BCE 1531 BCE 1499 BCE